※ 본 포스트는 2016년 11월 15일에 네이버 블로그에서 작성되어 2017년 1월 29일에 이사옴.
새로운 직원이 들어왔다.
나이는 40세.
이쪽 (관광호텔) 일은 처음이라고 한다.
약 4개월여 동안 한명 부족한 상태로 - 6일근무 2일 휴무 - 로 돌아가던 와중에 드디어 신입 직원이 들어왔다.
뉴스에서는 언제나 '청년들 일자리가 없다'고 하던데 그 일자리 못구한 청년들이 왜 우리 호텔에는 지원하지 않을까하고 궁금했다.
하기야, 새각해 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결론이 나온다.
TOEIC 600점 이상 정도의 영어 실력을 기본으로 갖춰야 하고(숙박객의 99%가 외국인이다) 8시간 근무에 주 5일제이긴 하지만 주말에 쉴 수 없고 일주일에 이틀은 밤샘 근무를 해야 하는데 그정도 공부한 사람이 누가 지원을 하겠는가.
그렇다고 월급이 높은 것도 아니고 초봉 170(세전)부터 시작인데.
그래서 우리 처럼 작은 규모의 호텔 프론트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연령대가 높다.
뭔가 한가지 이상의 사정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업실패, 보증문제 등등.
어쨌건.
우리와 마찬가지로 뭔가 사정이 있어 보이는 40살의 청년(!)이 또 한명 이 업계에 발을 디뎠다.
전무가 말하기를.
"사람 구했어요. 어제 면접 봤고 다음주 월요일 부터 출근 할겁니다. 뭐 별로 맘에는 안드는데...일단은 좀 보구요..."
나는 대답했다.
"어이쿠, 형님. 처음부터 맘에 드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어요? 제가 잘 가르쳐 볼께요."
처음 일주일간 A조로 출근해서 일 배우고, 다음 일주일간은 B조로 출근해서 일을 배웠다.
그리고 3주째 야간 C조로 출근해서 나와 같이 일하게 되었다.
처음 몇 마디 해보니 왜 전무가 "맘에 안든다"고 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내 기본 마인드는 '빠릿빠릿하고 4가지 없는 것 보다 좀 느려도 착한게 낫다. 일은 가르치면 되니까.'라서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확실히 사람은 착해 보였다.
문제는 너무 착하다는 것이다.
너무 착해서 애매한 상황에서 대처를 못한다.
예를들어 만실인 상태에서 어느 객실에 뭔가 가벼운 문제가 생겼는데 지금 당장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을 경우에는 일단 상황을 진정시키고 때론 약간의 거짓말을 보태서라도 숙박객에게 왜 지금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는지 상황설명을 한 다음에 보상부분이라든가 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려햐 하는데 애초부터 임기응변이 안되는 사람인것이다.
그냥 곧이 곧대로 솔직하게 말해 버려서 문제를 더 크게 만드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런것도 오래동안 일을 하다보면 다 방법이 생긴다.
다른사람 보다는 좀 늦겠지만 언젠가는 이 사람도 배우게 될 것이다.
지가 먹고 살려면 다 배우게 된다.
처음 하루를 같이 일 하고 이틀째 일을 하게 되었다.
같이 하루 일했다고 조금 친해져서 이런 저런 일과 관계되지 않은 잡담도 조금씩 했다.
그러다 그 사람이 뜬금없이 이 얘기를 꺼냈다.
"올해가 이제 두달 남짓 남았는데 여자친구 없이 보내야 한다는 이 현실이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난 물었다.
"여가 친구랑 헤어진지 얼마 안됐나 봐요?"
그리고 그가 대답했다.
"아뇨."
...응?
뭔가 대화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방금 여자친구 없이 두달 보내야 한다매요."
그가 대답했다.
"아뇨, 여자친구 없이 두 달 보내야 한다는게 아니라요 그렇게 될 것 같다구요."
어쩌면 이 사람 내 생각보다 더 이상하다.
"아, 예에. 그럼 얼마전에 여자친구랑 헤어진거 아니에요?"
내가 이렇게 묻자 그가 대답했다.
"아니요."
...???
그래서 물었다.
"여자 친구랑 언제 헤어졌는데요?"
그가 대답했다.
"6년 전에요."
아... 이런 X알... X나 이상한 새끼가 들어왔다.
그렇게 일 하면서 또 일 가르치면서 그리고 배우면서 몇 시간이 흘렀다.
갑자기 그가 이 얘기를 꺼냈다.
"얼마 전에 정말 괜찮은 여자가 있었어요."
나는 관심 없었지만 예의상 짧게 대답했다.
"네."
그러자 그가 말을 이어갔다.
"정말 이쁘고 성격도 괜찮은데, 교회에서 만났거든요."
그걸 들은 순간 나도 모르게 약간 커진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교회요?"
그러자 그는 그쪽에 거부감을 갖고있는 사람들을 많이 겪었는지 순간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은 안다녀요, 지금은."
손사래까지 치면서.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처음에는 모르고 갔는데 다니다 보니까 좀 이상하더라구요. 이단 같은데 였어요. 그래서 지금은 안나갑니다."
그리고 다시 그 여자에 대해 이야기 했다.
"거기서 정말 괜찮은 여자가 한명 있었는데, 정말 이쁘고 성격도 괜찮았거든요. 근데 이 여자가 조울증 같은게 있었어요. 그래서 몇 달간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이 여자랑 사귀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정말 많이 고민 했습니다."
약간의 침묵이 흐른 후에 그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몇 달간 고민하다가 결국엔 @#$%한테 물어봤죠."
그 때 나는 누구한테 그것을 물었는지 듣지 못했다.
그래서 그에게 물었다.
"네? 누구한테 물었다구요?"
그가 대답했다.
"@#$%한테요."
나는 또 못들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네? 누구요?"
그리고 그가 대답했다.
"주님 한테요."
...
아 X알 진짜 X나 이상한X끼 하나 들어왔다.
난 더 이상 그와 사적인 얘기를 안한다.
일과 관련이 없는 경우 그의 질문도 받지 않는다.
그 질문에 대답을 하면 뭐하나.
집에가서 다시 주님한테 물어 볼텐데.
그런데 간혹 궁금하긴 하다.
'근데 대답을 해주긴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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