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포스트는 2014년 11월 5일에 네이버 포스트에서 작성되어 2018년 2월 1일에 약간의 수정을 거쳐서 이사옴. 몇년 전인가 모토로라 스타텍 2004를 사용하고 있을 때, 어느날 갑자기 전화기가 먹통이 되었다.
당장 전화가 급했던 나는 휴대폰 매장을 찾았고 삼성 햅틱폰을 2년 약정으로 구입하였다.
그 때 까지만 해도 난 햅틱폰이 스마트폰 같은것 인줄 알았다.
(휴대폰 매장 직원의 말은 좀 애매했지만 아이폰같은것 이라고 했었다)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스마트폰 같은것이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 폰은 정말 스마트 했다.
나는 약 1년 6개월 동안 햅틱폰을 잘 사용했고 급할때에는 가끔씩 비싼 데이터 요금을 지불하면서 인터넷 검색을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폰 이라는 진정한 스마트폰을 처음 접하고 나서, 나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 충격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것이 진정 전화기란 말인가'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4를 발표했고 난 10만원 저렴해진 아이폰3Gs를 2년 약정으로 구입했다.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왜 '아이폰 폐인'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는지 이해가 갔다.
앱 스토어에는 지금까지 이 앱 없이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이 앱을 다운받아 사용하지 않으면 인생의 방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것만 같은 앱들이 넘쳐나고 있었고 수십만원의 PSP와 수만원의 게임소프트 & 메모리스틱을 구입해야만 할 수 있는 수준의 게임들이 단돈 $0.99에 판매되고 있었다.
나는 약 1년간 원없이 문명의 혜택에 대만족하며 아이폰을 즐겼다.
하지만 삼성과 HTC등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반격에 나서면서 스마트폰들은 빠르게 진화했고 각 메이커들마다 더 좋은 스펙으로 무장한 스마트폰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윽고 웬만한 스마트폰들은 일반적인 가정에서 사용하는 넷북은 물론, 노트북의 성능마저 넘어서 버렸고 이에 뒤질세라 스마트폰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 애플리케이션들이 요구하는 스마트폰의 성능도 점점 높아져 갔다.
이윽고 내 폰은 새로나온 게임은 물론 카톡조차 로그인 하려면 30초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문자를 전송하는데 있어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전국민이 카톡을 사용하고 카톡의 사진과 소개글을 일주일이 멀다하고 바꾸는 시절에 '카톡이 안된다'는 것은 크나큰 문제였다.
할 말이 있어 문자를 보내면 ' 왜 카톡 안하고 문자질이냐', '카톡앱이랑 문자앱이랑 왔다갔다하기 귀찮으니 카톡으로 통일하자'하는 원성을 듣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평소에 눈여겨 봐왔던 갤럭시노트의 두번째 시리즈가 나오기 약 한달전, 이번에도 나는 후속제품의 발매 예상으로 가격이 하락한 갤럭시노트1을 고민없이 구입했다.
지인들이 갤럭시A, 갤럭시S2등의 안드로이드폰을 사용하면서 너무 복잡하다며 토로하는 불만들을 많이 들어왔던 터였기에 나는 절대로 안드로이드로 갈 일은 없다고 생각 해 왔으나 3.5인치의 아이폰3Gs와 9.7인치의 아이패드1을 사용하고 있던 나는 5.3인치의 갤럭시노트1 한 제품으로 통일해 사용하려는 의도로 주저없이 대화면 패블릿폰의 원조제품을 구입했다.
갤럭시노트를 구입했을 때 나는 다시한번 신세계를 경험했다.
커다란 화면과 시원시원한 CPU속도는 그동안 느려터진 아이폰3Gs를 사용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 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불과 몇달.
이내 안드로이드는 허니콤에서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라는 먹어 본 적도 없는 인스턴트 식품의 이름으로 업그레이드를 했고 나는 삼성에서 공지가 뜨자마자 잽싸게 내폰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했다.
업그레이드 한 날 마이크로 SD카드에 넣어놓은 Akon의 Sorry, Blame it on me라는 곡으로 알람을 설정 해 놓고 잠자리에 든 나는 감미로운 멜로디의 그 곡을 들으며 잠에서 깼고 다음날 역시 설정되어 있는 그 곡으로 알람을 설정하려 한 순간, 알람곡이 초기 멜로디로 바뀌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같은 현상은 반복되었다.
원인은 전원 OFF였다.
배터리 교체를 위해서 전원을 OFF하고 다시 ON하면 알람 설정곡이 초기 멜로디로 초기화 되었다.
문제는 알람 뿐만이 아니고 재생목록에서도 나타났다.
약 140곡에 달하는 힙합, R&B, 레게, 트랜스곡들을 장르별로 나누어 놓아도 배터리만 갈아끼우면 그 재생목록은 없어졌다.
나는 분노했지만 이내 이해가 갔다.
'니가 뭘 좋아한지 몰라서 이것저것 많이 만들었으니 이중에 골라봐라. 다만 후속지원은 애매하다'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만큼 많은 종류의 휴대폰을 쏟아내고 있었으니 애플만큼 100% 완벽한 최적화를 기대하기는 애초에 무리였던 것이었다. 나는 그날부터 매일 잠자리에 들기전에 알람곡을 새로이 셋팅해야 했고 음악을 들을 때마다 곡을 골라서 들어야 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느려터진 아이폰3Gs를 사용할 때 보다는 빠른 CPU와 커다란 화면이 있었기 때문에.
하지마 약 1년후 안드로이드는 또 한번 젤리빈으로 업그레이드 되었고 내 휴대폰은 다시한번의 업그레이드와 함께 다시 몇종류의 기능이 더 엉성해 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구글 키보드가 업그레이드 하면서 나의 휴대폰은 또 다시 카카오톡을 사용하기에 엄청난 인내심을 요구했고 그 인내심을 견디지 못해 아이폰6 발매 할 때 까지만 사용하자는 의도로 중고 아이폰4를 구입해 사용했다.
그런데 이상한건 내 기억에 분명 아이폰4는 갤럭시노트1보다 훨씬 먼저 발매 했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안정적이었다.
작은 화면이 답답했었지만 반대로 한손으로 사용하기에는 편리하다는 점이 나름 위안이었다.
아이폰4가 발매된 후에 iOS역시 약 두번의 업그레이드를 거쳤으나 OS와 기기간의 어색한 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카톡을 사용함에 있어서도 아이폰5s 만큼의 속도는 아니었으나 불편한 점은 없었다.
이윽고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가 10월 31일 발매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나는 일주일전인 24일, 집에서 가까운 SK대리점에 아이폰6플러스 64G 골드를 예약하고 31일 오전 10시 30분에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또 한번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3년동안 내 애인이 될 아이폰6플러스.
단통법 나부랭이 덕에 많이 부담가는 가격이었지만 처음 아이폰6플러스를 손에쥐고 iCloud에 로그인 한 직후의 내 느낌은 '참 잘도 만들었다'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구입한 아이폰6플러스는 보조금 지원받고 약 104만원.
휴대폰 치고는 많이 부담되는 가격이지만 사용해보면 비싼 단말기가의 부담스러움이 어느정도 희석된다.
104만원 ÷ 24개월 = 월 4만 3천원.
교보 도서관 앱으로 일주일에 한권씩 책을 빌려서 읽으면 뽑는 금액이다.
열받지 않을려면 책 많이 읽어야 한다...
다행히 평소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1080×1920의 고해상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대단히 만족스럽다.
아이폰6플러스의 구글북스 앱으로 허지웅의 '버티는 삶에 관하여'를 반정도 읽은 후 독서용으로 구입했던 아이패드 미니를 직장 동료에게 점렴한 가격으로 입양시켰다.
어떤 사람은 '나는 전자책 체질이 아니다', '종이책이 아니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라고들 말하지만 나는 전자책을 너무나 사랑한다.
수백권의 책이 진열되어있는 서재를 통째로 들고 다니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폰6플러스로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변기에 앉아서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iCloud와 지문인식 홈버튼, 64비트 아키텍처 A8 칩은 물론이고 디자인 역시 대단히 만족스럽다.
그 중에서도 5.5인치 고해상도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최고로 만족스럽다.
...
엊그제 아이폰6의 16G 제품이 10만원대에 뿌려졌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약 20시간씩 줄서서 제품을 손에 쥔 많은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트렸다고 한다.
하지만 난 무감각했다.
어차피 아이폰6의 16G 제품은 재고가 많아 어느정도 예상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매된 6가지 모델 중에서 아이폰6의 16G 모델이 제일 적게 팔렸고 재고가 많이 쌓여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지 좀 열받는 점은 미국에서는 요금제 상관없이 24개월 약정기준 $199, 일본에서는 요금제 상관없이 24개월 약정기준 무료인 제품이 한국에서는 최고가 요금제로 24개월 약정기준 60만원 가까이 지불해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은 왜 민간기업의 경쟁을 정부에서 통제하냐는 것이다.
미국에서 담배회사들의 TV광고를 전면 금지시킨 적이 있다.
이 법제정 소식이 알려지자 담배회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법이 제정되고 시간이 지난 후 담배회사들의 매출은 오히려 올라갔다고 한다.
TV광고료가 줄었기 때문이다.
TV광고를 안한다고 흡연자가 금연 할리는 없기 때문이었다.
국내의 이통3사 역시 단통법에 대해 조용하다.
그동안 지급해왔던 천문학적인 보조금이 굳었기 때문이다.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새로운 모델의 휴대폰을 팔지 않아도 누구나 휴대폰을 사용한다.
장롱에서 꺼내 쓰건 발매한지 한두해 지난 중고폰을 구입해 사용하건 100만원이 넘는 아이폰6플러스를 줄서서 구매해 사용하건 누구나 이동통신 한개 이상의 회선은 사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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